이 주제를 글로 쓰게 된 계기는 어느 한 유튜브 영상 때문입니다. 해당 유튜버는 영상에서 본인이 개발자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서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개발이 아닌 사업을 권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러나 저는 사회초년생에게 리스크가 큰 사업을 권한다는 것, 사업을 하기 위해 개발을 그만둬야 한다는 듯이 말하는 어조 등 의아한 측면이 많았습니다.

저는 해당 영상에 반박하는 댓글을 달았고,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지 가장 높은 좋아요를 받아 인기 댓글 가장 위에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새부터 제 댓글이 비공개 처리가 된 모양이더라고요. 현재 영상의 인기 댓글에는 이 사람의 주장을 찬양하는 댓글만 남아있습니다.

해당 유튜버가 개발자를 그만둔 4가지 이유

해당 유튜버는 개발자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이유 4가지를 설명합니다.

  1. 돈을 벌고 싶어서
  2. 남에게 일을 시키면서 돈을 벌기 위해
  3. 개발자는 밤낮이 없어서
  4. 평생 엔지니어로 살아남을 자신이 없어서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으나, 돈을 쉽게 버는 것을 기대하면 안되죠. 남에게 일을 시키는건 상사 직원도 마찬가지고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는 직원보다 밤낮이 없는건 오히려 사장 아닐까요? 그나마 4번이 개발자를 그만둔 정당한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이 된다면 그만두는 것이 맞죠.

개발자 or 사업자는 올바른 비교대상이 아니다

개발은 직무이고 사업은 수익 수단입니다. 일반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개발자를 떠올리기에 개발자 or 사업자의 구도로 보는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개발과 사업을 같이 하는 예시는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 개발자의 경우 자신의 개발 능력으로 사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이고, 보통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합니다. 스톡옵션을 통해 채용이 일어나는 경우 피고용인에게 일정 수량의 회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고, 이에 따른 기회비용이라는 리스크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한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회사 내에서 개발 업무를 전담하는 형태도 엄밀히 존재합니다.

좋은 개발자를 채용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어느 한 CTO가 말하기를 가장 쉬운 방법은 회사 대표 본인이 좋은 개발자면 되고, 그게 아니라면 좋은 개발자와 공동창업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좋은 개발자를 알아보는 눈은 좋은 개발자에게 있다는 의미죠. 그만큼 개발 역량은 회사의 직원 뿐만 아니라 사업자에게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사업 리스크

저는 해당 영상에 대해서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리스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영상은 이제 막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입니다. 사업을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많이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은 쏙 뺍니다.

해당 유튜버는 개발을 통해 진짜 돈을 버는 사람은 개발자가 아니라 그 개발자에게 월급을 주는 사장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그 개발자의 수익이 오로지 월급 뿐인 근로소득자일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사업의 리스크를 같이 지는 개발자라면 회사의 성장이 곧 개발자 본인의 이득이 됩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적자나면 어떻게 되나요? 근로소득자는 그대로 월급 받아갑니다. 사장이 빚더미를 떠안게 되죠. 월급이 밀린다거나 하는 경우는 있지만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을 뿐이지 빚이 생기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런 리스크를 지지 않는 근로소득자가 회사의 성장에 대한 본인의 지분을 주장하는건 양심이 없는 것이죠.

Too Good To Be True

저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경제학 수업에서 선생님이 해주셨던 이 말이 떠오릅니다. 'Too Good To Be True' -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좋아서 의심스럽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쇼핑몰 웹사이트에서 한 판매자가 원가의 80%를 세일해서 올려놓은 상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동일한 상품에 대한 다른 모든 판매자들은 원가에 팔거나 약간의 세일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저는 이 80% 세일을 보고 “싸게 살 수 있어서 좋다” 가 아닌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판매자가 저렇게까지 굳이 손해보면서 장사를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의 개발 열풍 속에서 개발직에 기대하는 환상은 'Too Good To Be True'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업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영상을 보면서 정말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사람이 있다면 'Too Good To Be True'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을 하지 않고 남에게 시키기만 하면서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왔던 노력과 감수해야 했던 리스크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지어 너무나 쉽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일부 존재한다고 한들 그것이 본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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